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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안돼, 안해, 아멘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이승주   |   2021-02-22
▲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오종영

 

목요일(2/18) 오후,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치과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 자주 듣던 라디오 방송을 들었습니다. MBC 라디오의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두 MC가 한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재미있게 읽어주었습니다. 몇 가지 사연 중에 기억에 남는 한 사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연을 보낸 분의 아이가 집 근처의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교회에 다녀온 아이가 사연을 보낸 분, 즉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교회에 가보니까 사람들이 눈을 감고 뭐라고 얘기하더니 ‘안돼!’라고 말했어요.”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다음에 교회에 가면 다시 잘 들어봐. 뭐라고 그러는지.”

 

그 다음 주에 다시 교회에 다녀온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자세히 들어보니까 사람들이 말한 것은 ‘안해!’였어.”

 

사연을 보낸 분의 아이가 교회에서 본 것은 기도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도 후에 말한 것은 ‘아멘’이구요. 그런데 아이는 ‘아멘’을 ‘안돼’와 ‘안해’로 들었던 것입니다.

 

그 사연을 들으면서 비록 웃기는 했지만, 웃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연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사연을 보낸 분은 다른 의도 없이 자신의 아이와 나눈 대화가 재미있게 느껴져서 전국의 청취자와 공유하기를 원했을 뿐일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자 목사인 나에게는 그 사연 속의 ‘의도하지 않은 가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설교를 들으면서, 또는 기도하면서 우리는 ‘아멘’을 수 없이 무한반복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아멘(amen)’은 설교나 찬송, 또는 기도 끝에 자기도 진실로 그 내용과 같이 되기를 원한다는 의미로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아멘’은 그리스도인의 진실성과 충성을 담은 고백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함의적 신앙고백을 품은 고결한 단어가 그저 습관적으로 내뱉는 의성어(擬聲語)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이 이사야 선지자의 입을 통해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나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다”(사 29:13)며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하신 적이 있습니다. 입술로는 “아멘”이라고 외치지만, 실상은 “안돼!”, “안해!”라며 하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는 철부지 신앙인에게 하시는 말씀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습관적이고 외식적인 고백을 하며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아니 ‘나’에게 하나님이 라디오 방송의 한 청취자가 보낸 사연 속 어린 아이의 말을 통해 일깨워 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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