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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를 통해 본 생활정서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   2019-12-16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는 곳에는 시가 있어 왔다. 조선시대 국민 교육 커리큘럼으로 전공과목(文·史·哲)과 교양과목(詩·書·畵)이 있었다. 우리나라엔 엽전을 돈으로 사용했는데 엽전의 둥근 모양은 하늘(天), 네모난 구멍은 땅(地), 그것을 사용하는 자는 사람(人)이었다. 이 “天地人”은 한글 모음자에도 천(·), 지(ㅡ), 인(ㅣ)으로 활용되었다. 여기에 ‘문학’을 붙이면 天文學, 地文學(自然科學), 人文學이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詩를 읽고 짓는 것은 人文學의 중심 내용이 되는 것이다. 전해 오는 한시 몇 편을 읽어보도록 하자.

 

①“늙으신 어머님은 강릉에 계시는데(자친학발재임영/慈親鶴髮在臨瀛), 이내 몸 한양 향해 홀로 가는 심정이여(신향장안독거정/身向長安獨去情), 고개 돌려 북촌을 때때로 바라보니(회수북촌시일망/回首北村時一望), 흰 구름 나는 아래 저문 산만 푸르네(백운비하모산청/白雲飛下暮山靑)”

이 시는 1541년(중종 36년) 신사임당이 지은 “유대관령망친정시”(대관령을 넘다가 친정을 바라보며)란 작품이다. 친정에 들렀다가 시댁으로 돌아가며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어머니가 계신 북촌(강릉 오죽헌 부근 마을)을 바라보며 산의 풍경을 노래했다. 친정 갔다 돌아오는 많은 딸들이 이런 심정 아니겠는가?

 

②“봄비는 연못에 솔솔 내리고(춘우암서지/春雨暗西池), 찬바람 장막에 스며드네(경한습라막/輕寒襲羅幕) 조심스레 작은 병풍에 기대니(수의소병풍/愁倚小屛風) 살구꽃이 담장 위에 날리네(장두행화락/墻頭杏花落)

이 시는 선조(1567-1608 재위) 때 허난설헌이 지은 ‘봄비’란 시이다.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은 시, 글씨, 그림에 다재다능했지만 27세에 죽었다. 쓸쓸한 봄비에 병풍에 기대앉았더니 살구꽃이 떨어져 봄이 가고 있음을 노래한 것이다. 봄비는 원래 생명력의 상징이지만 시인에게는 계절이 흘러가는 쓸쓸함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③“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사재백운중/寺在白雲中)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 않네(백운승불소/白雲僧不掃) 손님이 와 비로소 문을 열어보니(객래문시개/客來門始開) 온 골짜기 송홧가루 벌써 짙었네(만학송화로/萬壑松花老)”

조선 선조(재위 1567-1608) 때 이달이 지은 시(불일암 인운스님에게)이다. 깊은 산속 절에서 마당도 쓸지 않고 있다가 손님이 와서 맞으려고 문을 열고 보니 세월은 한참이나 흘러갔구나 하는 시이다. 산속 수도승이 시·공을 잊고 사는 고적한 모습을 그렸다.

 

④ 새로 거른 막걸리 젖처럼 희고(신추탁주여동백/新芻濁酒如潼白) 큰 그릇의 보리밥 한 척이나 되네(대완맥반고일척/大碗麥飯高一尺) 밥 먹고 나자 도리깨 들고 마당에 서니(반파취가등장립/飯罷取枷登場立) 두 어깨 검붉게 햇빛에 번쩍이네(쌍견칠택번일적/雙肩漆澤飜日赤) 옹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들기니(호야작성거지제/呼耶作聲擧趾齊) 순식간에 보리 이삭이 온 마당 가득하네(수유맥수도랑자/須臾麥穗都狼藉) 주고받는 소리 점점 높아지는데(잡가호답성전고/雜歌互答聲轉高) 지붕 끝에 자욱하게 보리 이삭 흩날리네(단견옥각분비맥/但見屋角紛飛麥)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그지없어(관기기색락막락/觀其氣色樂莫樂) 마음만은 몸의 노예가 되지 않았네(요불이심위형역/了不以心爲形役) 낙원이 멀리 있지 않은데(낙원락교불원유/樂園樂郊不遠有) 무엇하러 고생스레 벼슬길을 헤매겠는가?(하고거작풍진객/何苦去作風麈客)

1801년에 정약용이 지은 “타맥행”(보리타작노래)이다. 격식에 얽매어 사는 양반보다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는 농민이 더 행복함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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